서대문구 '안산'에서 풍류를 즐기다,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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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안산'에서 풍류를 즐기다


좋아하는 사람과는 함께 걷기만 해도 좋다. 아니, 함께 걷는 일이 가장 즐겁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나누는 대화는 함께 걸으며 나누는 대화에 비할 것이 못 된다. 이따금 눈을 맞추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발을 맞춰 앞으로 걸어나가는 것. 그것이 걷는 데이트의 묘미다. 흔히 ‘안산’ 하면 경기도를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서대문구에도 ‘안산’이라는 데가 있다. 해발 300m 정도의 야트막한 산인데,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야경도 빼어나, 걷기를 좋아하는 연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찬찬히 걷기 좋은 길, 안산자락길

  • '안산 자락길'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있는 순국선열추념탑의 옆길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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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 자락길'은 산책로와 나무 데크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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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자락길'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있는 순국선열추념탑의 옆길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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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자락길'은 산책로와 나무 데크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북한산, 인왕산, 남산 등의 명성에 비하여 안산이라는 이름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안산은 서울 종로구에서 홍제동으로 향하는 통일로를 사이에 두며 인왕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을 가리킨다. 오래전에는 산의 형태가 말이나 소에 짐을 실으려고 썼던 ‘길마’와 닮았다 하여 ‘길마재’라 불렸고, 정상에 봉수대가 있어 ‘봉우재’라고 불리기도 했다. 또 조선 시대 때는 어머니의 산이라는 뜻으로 ‘모악산’이라고 불렸다. 세월을 지나오며 명칭은 여러 번 바뀌었으나, 산과 숲은 오래도록 자리를 지켰다. 그래서 안산은 여전히 커다란 바위와 울창한 숲을 간직하고 있다. 산이 높고 험하지 않으니,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으리라. 그동안 안산을 오갔을 숱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 자그마한 산에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겠구나 싶다. 안산으로 오르는 길, 그 길에는 이제 ‘안산자락길’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안산자락길의 시작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다. 역사관 내에는 한옥으로 지어진 독립관이 한 채 있다. 이 독립관 뒤쪽으로 오르면 순국선열추념탑이 나온다. 탑 옆으로는 잘 포장된 오르막길이 펼쳐져 있다. 여기서부터 안산자락길이 시작된다. 안산자락길은 이곳에서부터 정상까지 올랐다가 되돌아오는 약 7km 남짓한 구간을 가리킨다. 안산자락길은 전국 최초의 순환형 무장애 자락길이다. 무슨 뜻인고 하니,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등 보행 약자는 물론 휠체어, 유모차 등도 쉽게 지날 수 있도록 조성된 길이라는 뜻이다. 안산자락길은 구간에 따라 아까시숲, 메타세콰이아숲, 가문비나무숲 등 다양한 숲길로 나뉜다. 또 방향에 따라 한강과 인왕산, 북한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주변에는 조선 시대의 봉수대, 신라 시대의 봉원사 등 역사 명소도 가득해, 심심치 않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도심 속 숨겨진 야경 명소

  • 어둠이 내리고 서울 시내가 화려한 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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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이 내리고 서울 시내가 화려한 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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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리고 서울 시내가 화려한 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안산자락길에는 두 가지 색깔의 화살표가 있다. 하나는 노란색, 하나는 파란색이다. 이 중 한 가지 색깔을 선택해 그 길로 쭉 걷기만 하면 무사히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안산자락길에서 눈에 띄는 것은 또 있다. 바로 나무 데크길이다. 경사가 조금 심하거나 길이 없는 곳에는 나무 데크길이 조성돼 있어 걷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몸이 편하니 주변의 경관도 쉽게 눈에 들어온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이파리가 서걱서걱 일기 시작한다. 일렁이는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스며든다. 마음이 절로 느슨해지는 기분이다. 이처럼 안산이 주는 여유를 만끽하며 안산자락길을 걷다 보면 어느덧 정상, 봉수대에 이른다. 어둑해진 하늘 아래로는 장관이 펼쳐진다. 남쪽으로는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북쪽으로는 인왕산이 보인다. 또, 동쪽으로는 남산이 보인다. 서울 중심에 세워진 빌딩 숲 사이로는 수천수만 대의 차들이 불빛을 반짝이며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조금 더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한다. 하나둘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던 불빛들이 이윽고 서울 시내 전체를 감싼다. 이번엔 불빛이다.

 

다시 피어날 ‘꽃’을 기약하며

  • '안산'은 봄철 피어나는 수양벚꽃으로도 유명하다.

'안산'은 봄철 피어나는 수양벚꽃으로도 유명하다.  

안산이 낯설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사실 안산을 알고 있는 사람도 제법 있다. 바로 봄철에 피어나는 벚꽃 때문이다. 특히 몇 해 전 인기리에 상영된 한 드라마에서 두 주인공이 로맨틱한 키스를 나누던 곳이 안산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전보다 더욱 많은 사람이 찾게 됐다. 크고 작은 벚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서대문구에서는 해마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에 ‘벚꽃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기도 하다. 만약 올해의 때를 놓쳤다고 크게 아쉬워 말자. 내년 4월이면 또다시 꽃이 난만하게 피어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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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가 뭐 별건가요.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여유, 도심 전체를 감싸는 불빛,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는 자연을 만끽하는 것 자체가 '풍류'지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3월 1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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